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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센터 다이어리ABC 호커센터
장현석 칼럼니스트  |  gustjr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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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8  16: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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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장현석]

 

<ABC 호커센터>

6 Jalan Bukit Merah, Singapore 150006

 

같은 호커센터라도 시간대에 따라 얼굴이 변한다. 오후와 저녁 분위기가 다르고 주중과 주말이 또 다르다. 남아도는 시간이란 교환학생의 특권을 이용해 주중 낮의 한적한 호커센터를 즐겼다.

 

말이 좋아 한적함이지 주중 낮 호커센터에는 쓸쓸함이 느껴진다. 관광지나 대기업 단지 근처가 아닌 이상, 한낮의 호커센터 손님 대부분은 노년이다. 노인 중에선 늘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호커센터 입구에는 늘어진 런닝 셔츠를 걸친채 힘없이 담배를 태우는 할아버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싱가폴은 노년 복지가 잘 갖추어진 선진국이다. 돌봐줄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지역사회가 노년들에게 복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일일이 사정은 모르지만, 싱가폴의 노년은 비교적 안정된 삶을 누리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무기력한 얼굴들을 마주할 때면 어려움 없이 지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태와 지루함이 지배적인 여생에 묻어난 안정감은 행복과는 다른 속성의 무언가일테니.

 

   
▲ 노년이 많았던 ABC 호커센터

 

대낮에 찾은 ABC 호커센터는 노인정을 방불케 했다. 한참 돌아다녀도 샛노란 옷을 입은 이케아 직원들을 제외하곤 내가 유일한 20대처럼 보였다. 발랄함이라곤 조금도 없는 풍경이었다. 어두침침한 ABC 호커센터에서 노인들은 세상 무엇도 놀랍지 않다는 덤덤한 얼굴로 각자의 끼니를 챙기고 있었다.

 

   
▲ 퀴퀴한 약재 냄새가 날 이끌었다

 

분위기에 어울리게 할아버지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아재 입맛’도 아닌 ‘할아재 입맛’의 음식을 찾던 중, 아무도 찾지않는Lor Mee 스톨을 발견했다. 뭔지도 모르는 음식이었는데 퀴퀴한 약재 냄새에 끌렸다. 젊은 사람은 이 음식을 꺼릴 것이라는 엄한 추측과 함께 낯선 음식을 주문했다.

 

   
▲ 싱가폴에서 먹은 음식 중가장 난해한 맛이었다

 

Lor Mee는 국수 요리인데 우리나라에 비교할만한 게 없다. 본 적 없는 진하고 탁한 국물은 점성이 강하고 푸딩처럼 꾸득거린다. 흐르지 않으니 국물인지 소스인지 단정지을 수 없는 독특한 무언가였다. 그 속에 면을 비롯해 튀김과 나물이 있어 함께 씹는데 미끄덩거리는 식감만 도드라진다. 냄새처럼 맛도 한방 약재같아 쓰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요리라, 함부로 추천했다가는 욕을 먹겠지 싶다. 웬만한 음식은 다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Lor Mee가 오만한 내 생각을 바꿔주었다.

 

주중 낮이란 누군가는 일터에 있을 시간이고 누군가는 학교에 있을 시간이니 호커센터에 노년들만 많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대를 막론하고 호커센터를 찾는 젊은이가 줄고 있다고 한다. 레스토랑을 비롯한 대체재는 점점 많아지는데 젊은 층에게 호커센터가 정크푸드처럼 여겨지는 추세란다.

 

유튜브 타이거 맥주 광고에 호커센터가 나왔다. 스톨의 세대교체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미래세대에 이어질 호커센터 전통을 응원하고 있었다. 호커센터를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긴다는 얘기를 들으면 앞으로 그 공간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막연한 상상이라지만 반갑지 않을 일들이 떠오른다.  

 

싱가폴에서 돌아와 기껏 쓰는 글이라곤 호커센터 이야기 뿐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도, 클락 키의 클럽에도 없던 싱가폴스러움은 호커센터에 있었다. 조만간 호커센터를 다시 갈 예정이다. 그날까지 호커센터가 북적이길 바란다. 다시 찾을 날이 조만간이다.

 

 

<호커센터 다이어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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